가마솥(에세이)

한로가 다가오니 찬 바람이 분다.

문길동 수석기자 | 기사입력 2020/10/07 [12:33]

가마솥(에세이)

한로가 다가오니 찬 바람이 분다.

문길동 수석기자 | 입력 : 2020/10/07 [12:33]

[에세이로 여는 세상]

 

 가마솥

 

[GWA 문길동 수석기자] (寒露)가 다가오면 찬 바람 불기 시작한다. 딱히 계절 옷이 없었던 어린 시절에는 유독 추웠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한 겨울에도 살얼음을 건너다 풍덩 빠지더라고 젊은 혈기로 추위를 충당하고도 남을 시기니 그 정도는 거뜬하게 지냈다.

 

가을이면 감자, 고구마, 옥수수, , 감이 풍성했다. 그렇지만 들판으로 친구들과 뛰어노는 일이 더 즐거웠기에 그런 것들은 그냥 하나의 추억거리밖에 되지 않았던 어린 시절, 간혹 친구 녀석이 라면땅을 사서 한 입 먹여주면 그 친구는 골목대장으로 승격되고 우리는 그 졸개가 되어서 산과 들을 들쑤시고 다녔다. 가끔 꿩 소리가 나는 곳으로 진격을 하다가 개울가로 첨벙 들어가서 통통하게 살이 오르는 조개를 잡아서 누가 더 큰가 재보기도 하고 결국은 자기 것이 제일 크다며 다시 개울로 던져놓고 논길을 신나게 다녔다.

 

그때는 지친다는 것도 모르고 오후 내내 고무신 들고 가을바람을 가로질렸으니 배가 고픈 것은 사실이었다. 해가 어둑해지면 어머니들은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서 이름을 불렀다. 햇볕에 낮잠을 즐기던 강아지는 집 밖을 뛰어나와 마중 나오곤 했다. 훨씬 빨리 달리다 뒤돌아와서 꼬리를 흔들며 같이 달리다 보면 마당에서는 모닥불이 피어나고 있었고, 아버지도 소를 외양간에 넣고 힘들게 베어온 꼴을 정성스럽게 먹이로 던져놓고 흙먼지를 닦으셨다.

 

부엌에서는 가마솥에 밥을 짓고 가을배추와 무를 고춧가루 양념에 버무린 맛깔스럽게 담근 김치, 오일장터에서 사 온 고등어구이가 침샘을 자극하는 밥상을 차려 마당으로 나오시면 강아지는 꼬리를 흔들며 자기도 먹고 싶다고 컹컹거린다.

 

가을밤이 무르익으면 가마솥에 누른 누룽지를 보름달보다 더 크게 눌려 쟁반에 담고 잔불에 넣어둔 고구마를 식혜와 함께 내오시면 가을밤도 덩달아 입맛 다시고 컹컹거리던 강아지는 발라준 고등어 가시와 결투라도 하는 듯 으르렁거린다.

 

그 가을이 또 왔는데 가마솥 앞에 쪼그려 앉아 밥을 짓던 어머니도 우리 집 먹여 살린 귀한 황소를 쓰다듬던 아버지도 컹컹거리며 귀찮게 따라다니던 강아지도 세월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가마솥에 김이 모락모락 나면 보일 것 같아 찾아보지만, 이제는 가슴에서 서서히 잊혀져간다. 가마솥도 그리고 내 젊은 날도.

 

▲ 가마솥이 펄펄 끓어도 당신의 사랑보다 뜨겁지 않았습니다.  © 문길동 수석기자


글, 그림 문길동 시인(강건문학)

GWA 문길동 수석기자

kddmun@daum.net

 

 
現) 안양 성문고등학교 교사
도서출판 강건 작가
[강건문학] 계간 참여 작가
소속사 강건 문화사
강건문학 등단
2019년 시화시선집 "아름드리 봄" 출간
강건문화뉴스 편집장/기자
한국교육100뉴스 기자
강건문예대학 창작교실 강사
2019년 GCN최고 기자상 수상
2019 해학연 新秋文藝 특별상
2019 대한민국사회발전공헌大賞 교육과학부문 우수상 수상
2020 코로나19 국난 극복 희망의 글 쓰기 창작 공모전 표어 부문 금상
2020 코로나19 국난 극복 이미지 창작 공모전 입상
2020 사단법인 글로벌 작가협회 대회협력 본부장
2020 사단법인 글로벌 작가협회 상반기 올해의 공로대상
2020년 상반기 버스정류장 문학글판 창작 시·문안 공모전 입선
2020년 세계평화 작가대상 대상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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