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스트 이상진의 원두막

백태현 | 기사입력 2020/05/29 [13:08]

에세이스트 이상진의 원두막

백태현 | 입력 : 2020/05/29 [13:08]

                                        원두막

                                                                                                                        이상진

참외나 수박 밭 한 귀퉁이에 제멋대로 생긴 기다랗고 튼튼한 기둥 네 개 세우고, 볏짚으로 이엉 엮어 덮은 지붕, 거의 한 길 정도 높이에 판자로 바닥 만들고 사다리 하나 걸쳐 놓으면 원두막이 완성 되었습니다.

그렇게 대충지은 원두막은 참외나 수박 같은 한 철 과일을 관리도 하고 판매도 하며 밤중에 몰래 참외 수박 서리 하러 오는 동네 개구장이들로 부터 과일을 지키는 파수대 역할도 하였습니다.

{그때 과일 서리 하러 가는 걸 우리들은 "고게끼" 하러 간다고 했었는데 ,일본말 こうげき[攻撃] (고우게키;공격)에서 나온 말인 듯 합니다.}

대체로 원두막에는 중년의 나이를 넘긴 초로의 남자들이 지키고 있었고, 사방이 탁 트이고 땅에서 어느정도 간격을 두어 높게 지어졌기 때문에 시원하기도 해서 밭 주인 친구들이 더위를 피해 모여서 놀기도 하는 일종의 정자같은 구실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밤중에 아이들이 서리를 하러 오는 기척이 있으면 가지고 있던 손 전등으로 불빛을 비추면 아이들은 대부분 달아났고, 밭 주인도 애들 장난이려니 하며 굳이 쫓아가 붙잡으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시절 아이들에겐 과일 서리가 남의 농작물을 훔쳐서 무슨 이득을 얻겠다는 것이 아니라 무더운 여름밤의 무료함을 달래는 일종의 놀이 같은 것이 었습니다.

그랬던 원두막도 이젠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지천에 수박 참외가 널려 있어도 참외 수박 서리할 아이들이 없으니 지킬 일도 없고 모여서 같이 놀
초로의 친구들 조차 없으니 원두막이 필요가 없어진 모양입니다.

시장 곳곳에 참외가 널려 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참외밭 한 귀퉁이에 원두막을 지을 때일 것입니다.
이래저래 답답한 세상사 모두 잊고 원두막 위에 길게 누워 낮잠이나 한 숨 잤으면 좋겠습니다.

 

▲     ©GCN 백태현 기자

 

글=에세이스트 이상진

강건문화뉴스 백태현 기자

b1555@gcn.news

사단법인 글로벌 작가협회 이사장
강건문화뉴스 GCN 발행인 대표이사
도서출판 강건문화사 대표
시민단체 사실련 사무총장
bth813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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