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원 시인의 상상력으로 독자들의 가슴에 '등나무' 하나를 심어 놓은 5월이다

묵직한 언어의 깊이로 성실하게 글을 창작해 내는 사람

이현수 기자 | 기사입력 2020/05/03 [14:17]

엄지원 시인의 상상력으로 독자들의 가슴에 '등나무' 하나를 심어 놓은 5월이다

묵직한 언어의 깊이로 성실하게 글을 창작해 내는 사람

이현수 기자 | 입력 : 2020/05/03 [14:17]

등나무처럼 늘 든든한 그늘이 되어주는 시인

 

[강건문화뉴스 이현수 기자] 오월이다. 싱그런 연초록이 교정의 벤취를 장식하는 계절에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등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이다. 요즘이야 실내 어디를 가도 선풍기나 에어컨이 없는 곳이 없겠지만 지난 세월을 거슬러 올라보면 등나무는 참 유익한 존재였다. 어쩌면 가난이 오히려 행복을 기억하게 했던 추억의 산물이 등나무 같기도 하다. 이런 등나무처럼 늘 우리에게 그늘이 되어주는 언니 같고 누이 같은 든든한 시인이 있다. 엄지원 시인, 묵직한 그녀의 언어와 성실하게 글을 배워가는 노련미는 지금의 그녀를 있게 한 원동력 아닌가 싶다. 오늘 그녀의 시 ‘등나무’를 독자들에게 소개하려 한다.

 

등나무 / 淸越 엄지원

 

눈이 시린 햇살이

꽃잎에 부딪히면

흔들리는 보석이 되고

싱그런 향은

기억 속에 숨어있는

추억 한 조각

회상에 빠져들게 하는 때

 

등나무 꽃을 피우면

바람 손은 살그머니

향주머니를 터뜨리고

 

보랏빛 회오리바람

작은 보석 같은 꽃잎을 띄워 보내는

5월의 문턱에 서있다

 

이상은 엄지원 시인의 시 ‘등나무‘ 전문이다. 눈이 시린 햇살이 / 꽃잎에 부딪히면 / 흔들리는 보석이 된다고 했다. 등나무를 비추는 오월 따사로움을 그녀는 보석이라 표현했다. 마치 여고 교복을 입고 교정을 걷는 소녀의 나풀거리는 모습 같기도 하고, 그녀의 맑은 마음이 글안에서 새어나오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기억 속에 숨은 추억 한 조각, 먼 회상으로 빠져들 때 꽃을 피운 등나무는 때마침 불어주는 바람에 그 향을 코끝으로 데려놓았는가 보다. 시인은 늦은 봄 불어주는 바람을 보랏빛 바람이라고 이름 지었다. 꽃잎을 작은 보석으로 표현하는 시인의 상상력이야말로 보석을 담고 있는 듯한 문학소녀가 가슴에 잠자고 있는 것 같다. 시가 주는 아름다움을 엄지원은 독자들의 눈에 그대로 심어놓았다.

 

철쭉이 동네 구석구석에서 우리를 반기는 계절이다. 시인은 특히 시조를 잘 쓰는 시인이다. 사사받은 은사가 누구인지를 떠나 그는 이미 스승의 경지를 넘나들 만큼의 시조를 구사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스승은 얼마나 대견하고 반가울까? 가르침보다 앞서는 시인, 그가 엄지원인지도 모른다. 결코 나댐 없이 스스로를 낮출 줄 아는 시인이기도 하고 인연에 대한 의리도 강한 여류 시인이기도 하다. 그녀의 글을 읽은 독자들이 느낀 감정에는 중년으로 가는 세월의 어느 길목에서 과거로의 소환을 꿈꾸게 되는 추억여행을 하는 기분도 느꼈을 것이다. 참신하고 섬세한 글을 통해 세세한 관조의 눈으로 바라보는 엄지원의 시와 시조가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기를 기대한다. 그간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한국현대시와 시조가 큰 발전을 이뤄왔다. 엄지원 시인처럼 노력하는 시인들이 우수한 작품을 더 많이 창작하여 문학이 더 가까이에서 독자들과 호흡하기를 기대한다.

 

▲ 엄지원 시인  © 이현수 기자

 

<엄지원 시인 프로필>

  -한양문학 시조부문 신인문학상 수상(2019)

  -한양문학 시조부문 최우수상 수상(2019)

  -현 한양문학 정회원

 

GCN 이현수 기자

suya6500@naver.com

  • 도배방지 이미지

뉴스 관련기사목록
  • 대전문예마을의 대표 조두현 시인의 시 '백목련'
  • 해외에서 한국문학을 위해 활동하는 작가, 석정희
  • 대전문예마을을 이끌어 가는 중심에 서 있는 시인 송미순
  • 김재호 시인의 시 '툭"은 꽃이 지는 날 봄을 다시 불렀다
  • 이병연 시인의 눈에는 꽃탑이 무더기로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 5월의 싱그러움을 담고 있는 작가, 석정희 시인
  • 박동남 시인의 시 '고난 뒤에는 소망이 있다'
  • 설봉 허기원 시인을 5월의 작가로 소개합니다
  • 엄지원 시인의 상상력으로 독자들의 가슴에 '등나무' 하나를 심어 놓은 5월이다
  • 남원에서 활동하는 그룹 "라온히"를 주목해야할 5월이 돌아왔다
  • 최대남 시인이 말하는 사회적 거리두기에는 기다림의 미학이 들어 있다
  • 김병님 시인의 詩, 진달래에는 삶의 애환이 서려있다
  • 최정숙의 詩, '꿈속에'에는 그녀의 지난 시간이 숨어있다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시인 김경희가 말하는 '春栢'은 어떻게 피어있을까?
  • 유정미 시인의 시, '참 이름답다'라는 사랑의 정의 이해하기
  •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주간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