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길동의 사진이야기] '눈 내리는 날 떠나는 여행'

포항 그리고 경주

문길동 수석기자 | 기사입력 2020/02/19 [02:01]

[문길동의 사진이야기] '눈 내리는 날 떠나는 여행'

포항 그리고 경주

문길동 수석기자 | 입력 : 2020/02/19 [02:01]

눈 내리는 날 떠나는 여행

 

   겨울은 눈이 내리지 않았다. 아니 몇 해 전부터 눈이 내리지 않는다. 눈을 정말 좋아하는 필자는 겨울이 되면 아침에 일어나 눈이 내렸는지 확인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러나 워낙 눈이 내리지 않으니 그 버릇도 슬슬 무뎌가기 시작했고 이젠 기대조차 하지 않는 안타까운 현실에 살고 있다.

 

 ▲ 우수를 이틀 남기고 눈이 내렸다.  © 문길동 수석기자

 

그런데 심상치 않다. 입춘이 한참이 지났고 우수가 곧 다가오는 2월 16일 일요일부터 바람이 차갑게 변하더니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이러다 말겠지 생각하고 잠을 청했는데 아침에 베란다 난간에 눈송이가 제법 두툼하게 동심으로 나를 이끌고 있었다.

 

 ▲ 눈 내린 저 길에는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난다. © 문길동 수석기자

 

반사적으로 창문을 여니 시야에 눈이 가득했다. 이 나이에 눈을 보고 설렘을 가져보는 것도 썩 나쁘지는 않다. 가만 보니 오늘 포항, 경주로 나가볼 참이었다. 방학이라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내리는 눈도 그 일정을 방해하지 못했다.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면 눈 내리는 상황을 보았을 터인데 남는 것은 시간이라 출발했다. 라디오에서는 오늘 눈 내리는 날씨를 가지고 수많은 사연이 음악이 되어서 흘러나왔고 거북이처럼 가는 자동차 안에서도 신나는 동심이 노래를 불렀다.

 

 ▲ 서로 더불어 사는 세상으로 들어가는 호미곶 © 문길동 수석기자

 

우리나라 참 좋은 나라다. 사계절이 있고 겨울에 이렇게 눈 내리는 산과 들은 그야말로 세계 제일이라고 생각하는 필자다. 마이산 휴게소에 도착했을 때 눈발이 더 거세지면서 휴게소 정상에서 마이산을 찍어보겠다는 계획은 수포로 돌아 가버렸다. 그렇지만 마음은 이미 오래전부터 춤을 추고 있었고 돌아올 때 그 멋진 광경을 다시 보리라 약속만 남겨놓았다.

 

 ▲ 달리고 달려온 나 처럼 파도도 힘차게 달려온다. © 문길동 수석기자

 

거북이처럼 달리고 달려 경상도에 도착했을 때는 설국열차가 갑자기 탈선하여 하와이에 도착한 것처럼 눈은 보이지 않고 바람만 포항 앞바다를 세차게 내리치고 있었다. 한반도 최동단 위치한 호미곶에서는 상생의 손 서로 더불어 살자라는 의미가 담긴 손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명소로 뽑히고 있어 꼭 한번 가볼 곳임을 기억했다.

 

비록 바람이 불어 손가락마다 갈매기가 앉아 있는 풍경을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그 대신에 밀려오는 파도가 지금 온 세계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를 물리치는 듯 힘차게 솟구쳐 올랐다가 가라앉고 머리카락은 머털도사처럼 흩날리는 것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자연의 위대함 앞에 잠시 기도를 드렸다.

 

 ▲ 파도에 시름도 씻겨 나가기를 기도해본다. © 문길동 수석기자

 

다음날, 오랜만에 수학여행을 떠올리며 경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러 번 와본 기억이 있지만 느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신라의 위대함이다.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불국사는 수많은 학생의 수학여행 단골 코스가 될 정도의 문화적 가치가 있는 곳이다. 보면 볼수록 한국의 미가 가득하다. 사계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불국사와 그 안에 보존되어있는 다보탑 앞에서는 엄숙해진다.

 

 ▲ 겨울의 불국사는 눈이 없어 아쉽다. © 문길동 수석기자

 

고불고불 토함산을 돌아 중턱에 오르면 대한민국 국보 24호 석굴암 석굴이 있다. 아쉽게 유리벽으로 막혀있고 동영상이나 사진을 찍을 수 없어 가슴에만 담고 내려오는 길에 감로수 한잔으로 답답한 가슴을 쓸어 내려버리고 보문단지로 향했다.

 

 ▲ 석굴암 석굴안은 아쉽게 담아올 수 없었다. © 문길동 수석기자

 

보문단지의 안압지는 야경으로 사진사들의 단골이지만 평일 낮은 찬바람만 막 싹틔운 노란 산수유꽃 사이를 눈치없게 쏘다니며 겨울인척 흉내를 내고 있었고, 첨성대는 먼발치에서 어릴 때 그 순진한 마음처럼 변함없이 신라를 지키고 있었다.

 

 ▲ 안압지는 밤을 기다리며 시조를 읊는다. © 문길동 수석기자

 

 ▲ 첨성대는 우수를 알고 있을까? © 문길동 수석기자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낯선 땅에서 다시 돌아와 설국열차에 탑승하여 눈 내린 풍경을 기억 속에 꾹꾹 눌러 지워지지 않게 감탄사를 적어두었고,암마이봉과 숫마이봉이 우뚝 솟아있는 마이산은 넘어가는 햇살에 살짝 회색빛을 풀어놓고 어머니의 넓은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희망가를 불러주었다.

 

 ▲ 하루를 기다려준 마이산은 햇살로 눈부시다. © 문길동 수석기자

 

 ▲ 하얀색을 다 써버린 수채화 물감. © 문길동 수석기자

 

그 기억 속의 12일은 다시 어둠으로 정적만 남겨두고 포항의 거센 파도가 별빛과 함께 우수로 달려가고 있었다.

 

GCN 문길동 수석기자

kddmun@daum.net

 


 
現) 안양 성문고등학교 교사
도서출판 강건 작가
[강건문학] 계간 참여 작가
소속사 강건 문화사
강건문학 등단
2019년 시화시선집 "아름드리 봄" 출간
강건문화뉴스 편집장/기자
강건문예대학 창작교실 강사
2019년 GCN최고 기자상 수상
2019 해학연 新秋文藝 특별상
2019 대한민국사회발전공헌大賞 교육과학부문 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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