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포털 강건] 빗물 / 박종태
백태현 | 입력 : 2022/07/21 [17:23]
빗물
박종태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면 할수록 창 밖에 내리는 비는 흐릿한 물안개 속으로 자꾸만 빨려 들어가 버린다
초봄에 꽃을 피웠던 연초록의 벚나무 잎사귀는 빗물에 찢겨 흐느끼고 전기줄엔 빗방울이 나란히 앉아 눈만 깜빡거리다 떨어지고 또다른 놈이 그 자리를 메꾸고 있다
고향에 버려두고 온 간이역을 떠난 안개가 콘크리트 숲을 더듬거리며 어둠에 동화되어 가고 밝음과 어둠의 경계가 구분 지어진 밤 도선장*에 들어오던 밀물처럼 내 추억이 파도를 타게 한다
하루 온종일 지랄맞게 끈적이던 여름이 빗물에 씻겨 흐르고 보랏빛 빗소리가 가슴을 적시며 내 사랑의 감성을 일으켜 세운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면 할수록 창 밖에 빗소리는 따갑게 귓구멍을 후벼파고
벚나무 잎에 맺혀 흐르는 동그란 그리움의 꽃잎에 뜨겁게 달궈진 가슴이 이 밤 먼데 계신 사랑을 그리워한다
[강건문화뉴스=백태현 기자]
백태현 기자 bth813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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