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경의 전원일기] '풍년이기를 바라는 농부의 마음'

-가을 걷이를 하며-

최 효경 | 기사입력 2019/10/18 [15:30]

[최효경의 전원일기] '풍년이기를 바라는 농부의 마음'

-가을 걷이를 하며-

최 효경 | 입력 : 2019/10/18 [15:30]

-벼 베는 날-

 

▲ 먹고 싸고 저장하고 , 콤바인이 벼베기를 하는 모습싹둑싹둑 잘도 자른다.     ©최 효경

 

푸라기 내음이 바람에 흩날린다. 후련하게 싹둑싹둑 잘려나가는 벼 밑동까지 단박에 잘려버린 내 순수성까지 비참하다. 고작 5센티도 안되는 밑동 위에 누워버린 영혼들이 막바지 향기를 풍긴다. 먹고 싸고 저장하고 토해놓고 부족한 채움을 하려는 굉음을 내는 기계 소리에 허다한 소문들이 빈번한 가운데 '나는 모른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울부짖으며 통곡한다. 농부들의 발길에 알차게 여물 거란 다짐은 과연 믿을만한 것인가? 내가 바라는 헛헛한 마음 채우는 것 또한  큰 욕심일까?

 

▲ 트럭에 올려진 곡물탱크 차 안에서 대기중 오만가지 생각들을 폰에 저장한다.     ©최 효경

 

 

가벼워진 주머니에 가득 채우려고는 하지 않았다. 그저 허전함을 조금 채울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하리라는 작은 바람은 왜? 고들빼기의 쌉쌀함을 맛보아야 하는지... 지극히 순수함을 왜? 송두리째 짓밟혀야 하는지... 진정, 하느님이 계시다면 묻고 싶다. 작은 욕심이 그리도 볼성사나웠는지 맘을 놓는 일이 그리도 꼴 사나웠는지 아리송한 마음에 일말의 수치스러움을 왜  당해야 하는지... 하얗게 머리를 푼 억새들이 손사래를 치는 이유를 진정 난 모르겠다.

 

▲ 곡물 탱크에 저장된 알곡들 다시 승강기 타고 건조기로...     ©최 효경

 

 

떳떳한 마음이 겸허하게 고개를 숙였다. 가득 채워주지 못해서인지 조금만 더 채워달라는 안쓰러움을 충족시켜주지 못해서일까! 공활한 하늘에 구름으로 그려진 어설픈 그림 한 점, 심술궂은 바람이 흩뿌린다, 서서히 터를 잡는 잿빛 하늘이 나의 낯빛을 닮아간다. 먼지바람은 허탈한 살갗에 사정없이 내리치고 곡물탱크에 가득 채우려던 욕심 또한 스스럼없이 내려놓는다.

 

 

▲ 논둑길에 고들빼기꽃이 노랗게~~~누런 벼들 사이에서 홍일점노릇 톡톡히 하고 있구나.     ©최 효경

 

덜커덩 소달구지 같은 낡은 트럭 한 대  오늘의 내 처량한 신세 같구나. 그래도 가을걷이 할 때마다

나와의 동행,

어때! 같이 할 만하지 않니?

쌉싸름한 고들빼기의 꽃, 달보드레하게 웃는다.

 

 강건문화뉴스 최효경기자

 

popo67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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