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건문화뉴스가 소개하는 유월의 첫 시인, 정문선

좋은 시는 독자들의 기억에 오래 머무는 법이라면 정문선 시인의 시도 예외가 아니다

이현수 기자 | 기사입력 2021/05/31 [14:51]

강건문화뉴스가 소개하는 유월의 첫 시인, 정문선

좋은 시는 독자들의 기억에 오래 머무는 법이라면 정문선 시인의 시도 예외가 아니다

이현수 기자 | 입력 : 2021/05/31 [14:51]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내는 것을 그리움이라 한다면 정문선 시인의 그리움은 진해에 있다

 

[강건문화뉴스 이현수 선임기자] 우리가 흔히 말하기를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내는 것을 그리움이라 한다. 지난 시절의 기억 전부는 우리에게 지난 세월만큼 깊은 그리움으로 물들어 있다. 고향에 가면 정갈하게 머리 빚으신 어머니가 따뜻하게 반겨주실 것만 같고 교복을 입은 친구들이 나이 들지 않은 모습그대로 나를 반겨줄 것 같은 느낌이다. 작가의 머릿속에 잠들어 있는 고향 진해는 얼마나 예뻤을까? 시인의 시를 읽으며 과히 상상이 가는 대목이다.

 

시인은 고향을 떠나 미국으로 이민간지 어언 40여년의 세월이 다 되어가고 있다. 고향을 찾은지 30여년 만에 쓴 시에서 유년의 기억과 기억속의 고향이 현실을 혼란스럽게 했을 것이다. 고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은 짭쪼롬한 바다 냄새 나던 진해의 기억을 덮어버리고 우뚝 솟은 아파트 숲이 기억마저 가려버렸는지 모른다. 시인의 시 ‘추억만이 고향이다’에서 추억과 고향 두 명사가 공존하는 것에는 그리움이라는 명사 하나가 더 보태어진 애틋함의 표현이라고 보면 된다.

 

추억만이 고향이다 / 정문선

 

​삼십년 만에 고향을 찾아갔다

눈에 띄는 간판은

미국의 내 사는 것보다 더 낯설은 외래어들뿐

나, 숨바꼭질하던 골목이름도

영어이름 속에 묻혀버렸다

추억만이 고향이라는

먹먹한 슬픔이 발길을

잡아 묶는다

 

​고향 떠나놓고는

그리워 한다는 말

이해할 수 없다고

 

​한평생 고향을 지켜온 동생의

빈정대는 위로에 가슴을 덮치는

태평양 파도 같은 뒤늦은 참회여

 

​온종일 찾아 해맨 내 고향

물장구치던 동네 앞바다는

육지로 바뀌고

우뚝 솟은 아파트 사이에

고향은 없다

 

​모래를 집어올린다

두 손 사이로 빠지는 모래 속에

유년의 추억은 보이지 않는다

 

​저 멀리 바다를 바라본다

가슴 속 어디선가

갈매기의 울음소리 태평양을

나른다

 

고향은 내 슬픔과 외로움까지 모든 것을 보듬어주는 단어인지도 모른다. 이민자의 삶에는 늘 향수가 있고 그 향수 안에는 고향이 내제되어 있다. 살아온 세월, 고향의 힘으로 버텨온 수많은 길 위에서 어렵고 힘든 마음 잘 알고, 온 마음 다해 모든 것을 내어주고 시인을 버티게 했던 존재는 추억에 잠든 고향의 그리움이었을지 모른다. 여전히 고향을 지키고 있는 동생에 대한 그리움도 시인을 지탱하게 하는 한 축이라는 사실을 시에서 읽혀졌다는 것은 시를 읽는 독자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하고도 남는 시의 구성에서 꼭 필요한 행이었으리라.

 

시를 읽는 독자는 따로 말을 하지 않아도 정문선 시인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리라 본다. 고향이라는 단어의 힘이 지닌 파급력이 얼마나 크게 와 닿는 말인지, 시의 힘은 정문선의 그리움으로 이해해도 좋겠다. 시인이 이렇듯 예뻐하고 고운 기억으로 추억하고 싶은 진해는 시인 정문선을 통해 더 눈부시게 아름다운 바닷가 도시로 독자들의 뇌리에 기억될 것이 분명하다.

 

좋은 글은 늘 독자들의 기억에 오래 머무는 법이다. 우리는 정문선의 시를 통해 해외에 거주하고 계신 교포 작가의 위대한 시를 접할 수 있었다. 그리움 더 커지기 전에 세월 더 힘없이 무너지기 전에 시인의 고향 방문이 빠른 시간 안에 다시 이루어지기를 동향 기자는 기원한다.

 

▲ 정문선 시인  © 이현수 기자



[정문선 시인 약력]

 

-경남 ​진해출생

-경희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1978년 진해여자중학교 영어교사

-1984년 미국이민

-1986년 El Camino College수학

-창조문학 시부문 신인상

-라디오 코리아 수필당선

-2007년 한국펜크럽문학상

-미주한국문인협회회원

-시와사람들 동인

-현재LA근교거주

 

-시집: 그것은 촛불이었다 (한영 시집)

 

 

강건문화뉴스 이현수 선임기자

 suya65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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