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란영의 시절일기] (10) 천천히, 가만가만

백태현 기자 | 기사입력 2019/10/14 [12:11]

[김란영의 시절일기] (10) 천천히, 가만가만

백태현 기자 | 입력 : 2019/10/14 [12:11]

 

[김란영의 시절일기] (10) 천천히, 가만가만

                                   


태풍 '미탁'이 휩쓸고 지나간 10월 3일 시간당 130mm가 넘는 비로 산에서 흙탕물이 흘러내려 삼척의 한 마을을 덮쳤다.
8가구 중 7가구는 교회로 피했으나 88,87세 노부부만 보이지 않아 이장이 119에 연락을 했다.
섬처럼 남은 지붕을 건너 집 뒤쪽 벽을 잡고 부둥켜 안은 두 분을 무사히 구조했다.
서로 위로하고 힘내라고 추우니까 품에 들어오라 새들처럼 껴안고 품어주셨을 모습이 눈에 선하다.

며칠 전 남편이 급하게 화장실 들어가다 쭉 미끄러졌다.
옆구리를 변기에 찧고 2차로 머리를 찧었다.
숨이 멎는 듯한 고통으로 겨우겨우 병원에 도착 갈비가 2개 부러지고 하나는 실금이 갔단다.
심한 고통 속에서도 남편은 '당신이 안 미끄러지고 내가 다쳐서 다행이야'
'무슨 그런 말이 있어 둘 다 안 다쳐야지'
'그래야 당신도 조심하지'
평소 애틋함이라고는 없이 남의 편만 들던 사람이 자기가 먼저 넘어지길 잘 했다 하다니 60 넘고 70 바라보니 철이 드나 보다.
 
사랑이라는 말은 낯설고 오로지 자식 때문에 살아온 세월 세상 살아내려면 서로 의지해야 했기에 헤어지면 자식 눈에 피눈물 날 것 같아 참고 참은 세월 나를 버리고 참다 보니 나의 한계를 넘어서는 힘이 생겼다.
그렇게 몇십년을 살다보니 쓰라림을 끌어안는 너그러움으로 백발에 조붓한 남편이 안쓰러워 보인다.
그걸 우리의 정서로는 정이라 부르나보다

처음 만남부터 뜨거운 적이 우리는 없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고 그 사람도 그랬다.
삼척의 노부부처럼 인생이란 폭풍우 속에서 더 이상 내려가면 안 되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끌어안아 책임을 다 해 왔다.
여태까지 그래왔듯이 나이 들수록 가만가만 조용조용 오래오래 곁을 지킬 것이다.

사진 네이버~삼척에서 구조하는 장면
 
GCN=전주, 김란영 예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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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태현 기자
bth813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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