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용의 글을 긁다 1편 '일요일 아침에'

백태현 기자 | 기사입력 2019/10/07 [15:21]

박기용의 글을 긁다 1편 '일요일 아침에'

백태현 기자 | 입력 : 2019/10/07 [15:21]

 

박기용의 글을 긁다 1편

일요일 아침에

한 바퀴 돌아온 지구가 부산히 움직일 즈음, 나도 뻑뻑해 진 눈깔 두 개를 굴리며 잠에서 깬다.
수면용으로 마신 알콜 덕에 편히 잠든 밤이었다. 어쩌면 엿새만에 가진 휴일이 늘어지는 잠을 허락했는지 모를 일 이다.

알사탕만 해진 눈곱을 떼며 화장실을 찾는다. 변기가 깨 져라 달라붙어야 하는 큰 거 볼 때와 달리 바지춤만 끌러 도 쏟아질 태세니 서둘러야 한다. 아차 하는 순간에 소금 얻으러 나서야 할지 모르니까.

우체국을 다녀온 뒤로 아무것도 쓸 수 없다. 그렇다고 그 전에 곧잘 쓴 건 아니지만 뭐라도 쓰기 위해 끄적댄 건 사 실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의욕조차 일지 않으니 딱할 수밖에. 이러다 한글마저 잊어먹는 건 아닌지.
대체 가능 한 언어가 없는 나로서는 정말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부시맨이 쓰는 말이라도 배워 둘 것을.

미처 못 본 금, 토요일 신문을 펼친다. 정치는 문외한인데 다 관심도 없지만 뭐 쇼킹한 게 있나 싶어 일면부터 뒤진 다. 그러나 세상은 별 일 없이 잘 돌아가고 있음이다. 전 쟁이라도 터지길 바랬다는 건지, 에이 나쁜 인간아 마음 곱게 써라.

진하게 타 마신 커피가 한 잔 더 땡긴다. 그런데 일어나기 싫다. 이럴 때 곁에 한 사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밤엔 뎀비지 않을 수 있을 것도 같은데. 곱게 모셔두고 아껴주기만할 텐데...

출근까지 열네 시간.
뭘 하며 보낼까. 남들은 혼자 영화도 곧잘 본다는데 난 왜 청승맞게만 느껴질까.
일단 나가자. 무덤 같은 방에서 탈출부터 하자. 근데 갈 곳이 없다. 오라는 곳은 더 없다.

아침 여섯 시 기준으로 일요일이 벌써 두 시간 날아갔다. 미연씨, 바람은 불어도 되지만 시간은 멈추어 주세요.
지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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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문화뉴스 박기용 예비 기자
강건문화뉴스 GCN 서울 기자 백태현
bth813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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